공공기관 이전의 딜레마... 금융시장의 신뢰마저 흔들릴 순 없다
조만간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이 확정된다. 정부는 수도권 일극 체제의 완화, 인구·일자리·자본의 분산을 통해 지역 성장 엔진을 다극화하는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8%,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본사의 86%가 몰려 있는 현실은 국가 균형 발전을 심각히 저해한다. 수도권 집중은 주거·교통·환경 부담을 심화시키고 지방의 인구 유출과 산업 침체를 가속화하여 결국 지방 소멸 위기를 초래한다. 정부가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점은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책임지고 있는 금융감독기관까지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보도를 접하고, 단기적인 양적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지역 성장 엔진 마련’이라는 본래의 방향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997년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미흡했던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한 반성과 관치금융 근절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출범하였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부실한 금융감독과 관치금융을 지목하고 고강도 개혁을 요구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으로 분산된 금융감독체계의 일원화와 정부 및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금융감독시스템의 구축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정책은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집행은 금융감독원이 전담하는 구조를 확립하였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정치적 중립성과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로 설립되었으며, 정부 예산이 아닌 피감독기관들로부터 받는 감독분담금을 주된 재원으로 삼았다. 그 결과 한국 금융시장은 고질적인 관치금융의 오해를 불식하고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빠르게 회복하여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최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금융기관에 복지 역할까지 요구하는 ‘착한 금융기관론’이 등장하면서, 시장에서는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금융감독기관을 감독 수요와 금융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에서 행정도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특히 이러한 논의가 정치적 편의성에 기초한다는 인식이 확산한다면, 한국 금융시장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의구심은 확신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
한국은 GDP 기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며, 자본시장 역시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위권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국회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금융감독원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단기적 성과에 매몰된 나머지, 지난 30여 년 가까이 어렵게 쌓아 올린 우리 금융시장의 대외 신뢰도를 스스로 깨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